대체로 내가 만났던 시인들은 그 감동이 그들의 시 세계에서만큼보다는 덜했다.
짧지만 한달가량 신동옥 시인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었다. 그의 말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모든 선생님이 그렇듯이 강의라는 것은 집중할 수가 없는 그런 것이기에, 온전히 익히지는 못했다. 그래도 시인이 눈앞에 있는데 뭔가는 얻어가야겠다해서 그의 수업이 종강하기 직전 하던 공부를 때려치고 광화문 교보문고로 갔다.
처음 이 시집을 펼쳐보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의 시가 아닌 해설이었다. 마테효과에 충실하게 해설을 쓴 한 시인의 이름만 보고도 시집을 살 결단을 내렸다. 사실 그를 몰랐다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시집이리라 생각한다.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우선 출판사가 내 스타일이 아니며 책 표지색도 선뜻 고르기 어렵다. 심지어 시인의 말은 "안녕? 용기를 가져." 딱 두글자가 아닌가. 어쨌든 손해보는 셈치고 읽은 시집치고 좋은편에 속한다고 쳐야겠다.
왈츠
증오, 내게로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너를 친친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너를 하늘 너머로 실어갔다
머뭇머뭇 다가서며 스멀스멀 서로를 말미암는 악다구니며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멈칫멈칫 조금씩 스며드는 변명이
단 한 발짝의 무용도 안무하지 않았다
증오, 내게로
몸부림마다 묻어둔 내밀한 문법이여
여태 우릴 이력한 눈먼 믿음의 무릎이여
곡은 무용곡-모든 음악은 무용곡이다
시집 내내 시인은 춤춘다. 춤추는 표정은 일그러져있다. 입은 누이를 찾는다. 발은 남양을 향해있다. 어쩌면 춤을 추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들어서, 그리고 그 이유는 누이와 함께 했던 지난날들이 아닐까 싶다. 시인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나에겐 이렇게만 읽히나보다. 나는 뭘하면서 버텨야할까. 왈츠는 배운적도 없고 웃을 자신도 없다. 어떻게 엉망징창인 이곳에서 버텨야하나.
왈츠, 시나몬 쟁탈전, 간빙기, 합창, 위경,도감에 없는 벌레 등을 아주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