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어 봤자 딱히 쓸데없는 것이 있다.
그 중 큼지막한 것들은
사천 원짜리 초록색 스티커 붙여
집 가는 길 전신주 밑에
여기 저기 토해 놓았다.
밤새 숙취로 고생하듯
미련에서 겨우 깨어나고
사람 구실은 하려고
바지를 꺼내 입었을 때,
주머니에서 나오는
모래 먼지들
미세 먼지들
이미 폐 속으로 들어가,
폐렴과 각혈을 수반하는 먼지들
이 미세한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해야 하나.
곱게 풍화작용 하도록,
달력을 넘길 때의 바람으로
닳아 썩도록,
딱히 누구도 알려주지 않으니,
쓸데없는 주머니를 조금만 더 뒤적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