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살고 있는 상봉동의 상봉역에서는 철근이 박아져 있다. 어떻게 보면 흉물스럽기까지도 하다. 아마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위한 것 같다. 뼈를 드러내 보인 듯한 철근을 보다가, 완성된 상태의 그것을 상상해 보았다. 아마 아름답지는 않은 광경일 것 같다.
사람을 구하는 스크린도어. 자살을 방지하는 스크린도어. 그것에서 나는 왜 '아름답지 않음'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나도 때때로 전철로 뛰어든다면 내 삶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짧은 고민을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앞에 스크린 도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주저함과 삶에 대한 미련과 기대 때문이었다.
미관상으로 예쁘지 않기에 스크린 도어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논리일 수 있다. 나도 그러자는 말은 아니다. 그냥 아쉽다는 뜻이다. 어려서 전철역에 가면 뭔가 설레던 것이 있었다. 뒤로 보이는 풍경, 앞으로 지나가던 급행열차, 철길 위로 흩어져 있는 자갈....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상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서지훈이라는 게이머, 영상에서는 카메라를 발로 밟는 사람이 멋있게 나왔기 때문이지만, 마지막에 펼쳐지는 전철역을 배경으로한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다. 2004년,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기 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저 영상 마지막에 스크린 도어가 쫙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 생각엔 자살을 막는 것은 스크린 도어가 아니다. 죽는 방법은 많다. 강에 빠지면 죽는데, 우리는 강에 펜스를 설치하지는 않지 않은가. 물론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는 것으로써의 의의가 내가 부정하기에는 너무 많다. 뭐 어쩌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왜 위험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인가. 아름다운 안전함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