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으면서 오선생도 그랬겠지만 나도 권씨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또 동시에 오선생을 사랑할 줄은 전혀 몰랐다. 나도 전과자라면 인상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게 좋지 않은 일인 것은 알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전과자는 커녕 치마를 조금이라도 줄인 고등학생만 봐도 선입견이 생겼었다. 권씨의 남은 모든 것은 반짝거리는 구두뿐이다. 이상하리만큼 구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때 권씨는 분명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구두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선생, 이래뵈도 나 대학 나온 사람이오 라는 말을 남기고 복면을 쓰고 강도짓을 해야했던 심정이 얼마나 착잡했을 지 이해가 된다. 어쨌든 조금만 더 길게 작품 전개를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평역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시를 좋아해서 그런지몰라도 언제나 사평역 시리즈는 시가 더 좋은 느낌이다. 이게 2차 창작물이긴 하지만 그 짧은 시에서 이만큼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재능일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 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준 점이 인상깊었다. 큰 줄기는 없지만 그 큰 줄기가 없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주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