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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친 눈길의 페이지

캐비닛 - 김언수 장편소설

공부하던 자습서에서 토포러 이야기를 읽고 언젠가 캐비닛을 꼭 읽을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중고서점에 갔으나 인기작가의 인기작품이 나를 위해 뒤늦게까지 남아있을리가 없었다. 역시 책은 제값을 주고 사야한다는 생각으로 한 블럭 건너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허탕을 치고 말았다. 결국 그날은 다시 중고 서점에 가서 예정에 없던 두 권의 소설을 들고 나왔다.

 어쨌든 캐비닛을 읽기 위해서는 오랜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그 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보다는 좀 더 멋있는 방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요새는 방학이라 도서관이 5시에 닫는데, 4시 58분에 들어가니 이미 불이 꺼진 채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때 마감시간이 지나서 ATM에 갖혔던 밤을 생각하며 스파이가 된 것처럼 들어가 몰래 책을 들고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시간은 5시 2분이었으나 다행히도 근로 장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친절하게 대출을 허가해주었다.


 다 좋다. 근데 왜 교과서에, 자습서에 이 소설이 실릴 때는 토포러에 대한 부분만 나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소설 초반에 나와서? 사실 흥미로운 부분은 화산에서 살아남은 죄수 이야기나, 새끼 손가락에 은행나무를 기르는 남자, 혹은 고양이로 변신하고 싶어하는 남자 이야기가 아닐까?


 어쨌거나 소수자들에 대해 가벼운 생각을 하게 한다. 심토머들, 여기서는 현재의 인류와 미래의 인

류 사이에서 변화된 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소수자로 규정하여 그들이 겪는 외로움, 고통을 보여

준다. 이 세상에 심토머가 아닌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자신이 심토머 같다고 전화를 해대는 사람들

과 이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다를 바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한 사람이니까. 철처히 소수일 수 밖에 

없다. 사람은 모두가 소수자이다. 그러니 소수자가 이상하게 보이는 사회가 이상한 것이다. 손가락

에 은행나무좀 기르면 어떤가. 그는 우리의 직장 동료이며, 아버지이며, 사랑하는 남편이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결말 처리이다. 손가락을 뗐다 붙였다 했어야 했을까 꼭... 어쩐지 일본 만화가 떠올랐다. 그 제목이 뭐더라. 도박에서 져서 손가락을 자르는.


 재미는 있었다.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결말은 없었다.



캐비닛

저자
김언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6-12-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류 최후의 혹은 인류 최초의 인간, 심토머172일 동안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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