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평문을 읽은 기억이 난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 비평문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요즘 소설에 서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외국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도서밖에 없을 때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번역때문에 다소 어색한 문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스릴러 소설이 되게 재밌다고 느꼈다. 그 당시에 읽었던 한국 현대 소설에서는 읽을 수 없는 서사였다. 사실 요즘의 소설은 서사보다는 묘사에 치중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볼 때 탁류는 굉장히 소설의 본 기능에 충실하다. 대하 소설이 아니고 세태 소설인데도 서사가 있다. 그리고 줄거리에 의해 전개된다. 요즘 소설에 비해 너무 잘 읽혀서 놀랐다.
등장하는 남자 인물들이 모두 못났다. 읽다가 소설판 우부가인 줄 알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앳되고 쑥스러워하던 여자가 점차 괄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김동인의 감자를 장편으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다. 장편이지만 읽기 고통스러운 그런 수준은 아니었고 괜찮았다. 하지만 왜 탁류를 채만식의 대표작으로 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스터방같은 다른 작품이 더 몰입도가 높고 의의가 있지 않나싶다. 하지만 어쨌든 장편소설치고는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