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나름 책을 많이 읽고있는 것 같다. 다작을 하지 못하니 다독이라도 해야지! 오늘 학교에 와서 읽은 책은 박민규의 핑퐁이다. 얼마전에 다시 봤던 김사과 소설집 해설에 이 소설을 언급하길래 원래 좀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 이기회에 사야지라고 생각해서 알라딘 노원점에서 단돈 4,500원에 구입했다. 사실 더블이나 삼미슈퍼스타즈~ 와는 방향이 다르지만 카스테라와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건 장편이고 그건 단편인 그정도?
이야기는 못과 모아이가 끌어간다. 둘다 따에 괴롭힘을 당하지만 모아이는 뭔가 다른 모습이 보인다. 돈도 많고! 심지어 숟가락도 구부린다. 못을 핼리혜성을 기다리는 모임에 초대한 것도 모아이고 탁구를 치게 하는 것도 모아이다. (모아이가 없었다면 못도 탁구를 치지 않을테니깐!) 이런 조합을 보면서 데미안이 생각났지만, 여기선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관계랑은 조름 다르니깐.
결국 못과 모아이는 지구대표로 나온 쥐와 새에게 탁구를 이겨서 지구를 언인스톨 하게된다. 소설 내내 마치 시를 쓰듯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들었다. 아이러니한 느낌이 내내 들도록 소설을 이끌어가는 것도 볼만했다.
[굳이 비교할 일도 없겠지만, 저는 4년째 컴퓨터만 하는 인간이나 2년째 전철만 타고 다니는 인간이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철이니까, 전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으므로 다르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실은 아무일도 안하지만, 그래서 저는 노력은 하는데 시운이 안따르는 인재로 부모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어떤 의논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나는 세끄라탱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거한다면… 그뒤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선 인류가 언인스톨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생태계는 다시 무(無)로 돌아갈 거야. 하지만 너희 둘은 여전히 지구에 남게 돼. 성장하고, 마지막 인류로서 수명을 다하는 거지. 쎅스는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두 사람 사이에 출산은 불가능하니까. 그럼 도시는요… 문명과… 저 많은 물질들은? 너희가 생존하는 동안은 큰 변화는 없겠지. 그리고 어떻게든 소멸될 거야. 그건 지구가 소화할 문제지.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선 어차피 수만년, 혹은 수십만년이 필요한 거니깐.]
전에 읽었던 책과 비슷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못이 희망하는 지구의 언인스톨이 이루어질때까지, 핼리혜성을 손꼽아기다리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또 지루하지않음이 끝이 아니기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