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을 사모으는 취미는 없었지만, 뭔가 문학 청년이다라는 기분을 갖고 싶어 서점에 간 김에 들고 왔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으리라. 오천오백 원에 문학청년이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아주 저렴한 편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책 자체에 오천오백 원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작가 여럿이 모인 작품집이다보니, 그들이 원해서 묶인 것도 아니겠지만, 그냥 살짝씩 간만 본 느낌이다. 다음부터는 문학상 모음집을 사지 않게될 것 같다.
어쨌든 다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집은 한 번 사볼만 하겠다라는 느낌이 오는 작품은 「조중균의 세계」였다. 조중균이라는 인물의 뒷모습이 그려져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이걸 만들었지요." 조중균씨가 셔츠 앞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수첩에 껴 있던 만원짜리 몇 장이 같이 떨어졌고 조중균씨는 지폐를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수첩에는 파란 볼펜으로 가로 세 칸, 세로 세 칸이 그려져 있었다. 날짜가 있고 그 옆에는 "나는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마지막 칸은 확이자가 서명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조중균씨는 점심시간에 식판 대신 그 수첩과 볼펜을 들고 정수기 옆에 서서, 본부장이 식사하러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첫날에는 본부장이 오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조중균씨를 내내 지켜 본 식당 아줌마에게 사인을 받았다. 2012년 11월의 첫 칸, "나는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자 옆에 최대한 성의 있게 쓴 "김애자"라는 사인이 보였다.
「우리 모두의 정귀보」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너무 어려웠고, 「루카」는 사실 읽기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