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눈길의 페이지
빈처, 술 권하는 사회, 고향,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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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8. 12:40
정재찬 교수님의 말씀 중에 우리 나라의 단편 소설은 사실 소설보다는 서정에 가까운 장르라는 말씀이 있었다. 이 말씀을 현진건의 단편들에서 절실하게 체감하고 체득했다. 운수 좋은 날 밖에는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빈처는 정말 보석같은 작품이다. 빈처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준 현진건의 남성, 여성에 대한 각각의 이해는 오늘날처럼 남녀 갈등이 심한 시대에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술 권하는 사회는 또 제목부터 참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술을 권하지 않는, 술을 하지 않는 것을 권하는 사회는 또 얼마나 팍팍한가. 어제는 청하를 처음 마셔보았다. 이런 술만 있다면 평생 먹을 수 있을텐데. 하여튼 이런 팍팍한 삶을 다루면서도, 또 백조라는 거대한 낭만주의에 파묻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쓸려다니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 장면들을 묘사하려고 했던 그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싶다. 또 이룩해 놓은 경지는 얼마나 높은가. 천재와 시대를 앞서간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현진건은 분명히 천재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