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2016. 7. 12. 22:09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가봅니다.


분명히 똑똑,

분명한 두 번의 노크 소리였는데

문을 열어 마주한 건

누군가의 웃는 얼굴이 아닌 

사막 같은 태양만이 덜렁 놓여져 있습니다. 


태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만악의 근원이지만 자꾸 쳐다보고 싶어질 걸. 하지만 너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거야."


그녀의 말처럼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문을 닫고 뒤돕니다.


죄책감에 눈을 감으면 기억은 밤 하늘 별자리처럼 선명하고

자격지심에 태양을 응시하려 하면

낮에도 별자리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별자리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상의 실선


사건들을 평면에 눌러 담아

백만 광년짜리 자를 대고 

신이나서 폭력적인 선을 긋습니다.


기억의 제자리를 교정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까

밖으로 나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