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눈길의 페이지

오렌지 리퍼블릭-노희준

239★ 2014. 6. 16. 13:31


헉헉거리면서 사대까지 자전거를 끌고왔다. 왠지 오늘따라 평소에는 손도 안대던 검은색 모자를 쓴 것을 후회한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을 쓸 일은 없지만, 교통비라도 아껴보자, 운동도 되니까 하고 자전거를 탄 걸 후회했다. 하지만 오늘 제일 후회한 건 내 차림이나 삐질삐질 흘렸던 땀도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모자란 내 선택이다. 좀 더 재밌는 책을 들고올 걸 그랬다.

 기본은 성장 소설이다. 강남의 오렌지족들에 편입되기 위해, 끼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을 불사른 왕따였던 소년의 이야기다. 끼기위해 자신의 안위를 걸어가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낀 후에 자리를 잡기위해 후드티도 빌려입고 심지어 리바이스 청바지까지 훔치고, 점차 자신의 세력을 불려가서 자신에게 반항을 하는 친구는 축출해내는 그런 소년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언제나의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쉽게 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쫄았을 땐 나도 쫄았으며, 그가 대담하게 성장을 해갈때는 무언가 통쾌함도 있었지만 걱정이 됐다. 이 소년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되려는지. 그리고 그가 큰 상처가 없다는 것에 상처를 입는다는 게 제일 가슴이 아팠다. 상처를 공유하는 친구들에 비해 자신이 가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는 것이. 그런데 가면 갈수록 뭔가 공감되지 않는 면이 많아지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소설이 내맘대로 흘러가지 않아서였나보다.

["알고 있었어?" "응." "근데 왜 말 안했어?" 하진은 약간 날 선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한이도 내 얘기를 안했으니까." 뜻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진이 손을 씻는 동안 멍청하게 뒤에 서 있었다. 하진은 오래 손을 씻었다. 하진의 넓고 밋밋한 등이 자신이 진심으로 비밀을 공유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세한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진짜 상처'가 없어서 거래가 성립할 수 없었던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열심히 술래를 하다가 애들이 숨은 게 아니라 도망간 것임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 같았다 꼭.]

 그래도 서사는 질풍노도를 달리듯이 들쑥날쑥이었고, 흥미는 조금 떨어졌다. 토막토막씩 보면 괜찮은 소설이지만 하나의 개체가 되었을 때는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재미가 있진 않았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진 걸 보니 나도 다 컸나보다. 후회된다. 


오렌지 리퍼블릭

저자
노희준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 | 2010-10-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누구나 들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강남 오렌지’들의 이야기!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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