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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친 눈길의 페이지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꼭 읽어보고 싶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읽게되었다.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제목을 알게된건데, 그냥 무작정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읽고싶었고 알고싶었던 책이었다. 내용도 몰랐고 사실 장르가 극인지도 몰랐다. 책이니깐 소설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는데 사고 보니 극이었다. 작가도 무려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름도 어려운 에스트라공과 롤이 떠오르는 블라디미르, 두 부랑자가 실체도 모르고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고도'라는 것을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1막과 2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막을 읽을 때도 재미있었지만, 2부를 읽을때 더 흥미있었다. 1막에서 볼만한 것은 포조와 럭키의 등장이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사회 시스템에 대한 풍자가 이루어 질 수 있었다. 포조는 럭키를 무자비하게 대하고, 럭키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말을 시키니 이해되지 않는 독백만 늘어놓고. 이들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음 뭐랄까 새하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2막의 시간적 배경은 1막의 이튿날이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어제의 일을 잊는다. 잊는다기보다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니 모든 기억이 혼재되있다. 포조는 눈이 멀었고, 럭키는 말을 잃었다. 에스트라공은 다소 멍청해 보이는 모습을 자꾸 보인다. 구두도 바뀐지 모르고 맞고다니고 어제 만난 사람도 기억하지 못한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헷갈리고, 심지어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년은 고도가 내일 온다는 말만 전하고 간다.

[에스트라공  멋진 경치로군. (블라디미르를 돌아보며) 자, 가자.
블라디미르  갈 순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사이) 여기가 확실하냐?
블라디미르  뭐가?
(중략)
블라디미르  딱히 오겠다고 말한 건 아니잖아.
에스트라공  만일 안온다면?
블라디미르  내일 다시 와야지.
에스트라공  그리고 또 모레도.
블라디미르  그래야겠지.
에스트라공  그 뒤에도 죽.
블라디미르  결국…….
에스트라공  그자가 올 때까지.
블라디미르  너 지독한 놈이로구나.
에스트라공 우린 어제도 왔잖아.
블라디미르 무슨 소리야? 또 헷갈리는구나.] -1막 中

 그래도 기다린다. 나는 그래도 이들이 기다렸으면 좋겠다. 어떤이가 자신은 이들처럼 멍청하게 기다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글을 봤다. 하지만 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이 두 사람과 같이 기다릴거다. 어릴적부터 엄마는 내게 말했다.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순 없다고. 나는 이제 말한다. 해야하는 것만 하고 살 순 없다고.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행동이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이책이 뭔지도 모르면서. 내용도 모르면서 갈래도 모르면서 저자도 모르면서 상상했던 것 처럼.


고도를 기다리며

저자
사뮈엘 베케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고도를 기다리며'고도'에 깔려 있는 허무주의적이고 비극적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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