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시든지 소설이든지 산문이든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건축무한육면각체 이런 시를 쓰지 않나. 오감도 연작시로 당시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거의 백 년 이후의 사람들조차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운문보다는 산문이 줄글이어서 그럴까? 그래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날개의 서문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가. 결말은 도대체 어떤 말인가. 모두가 의문 덩어리이다. 유성호 교수님은 날개의 마지막 부분이 모두가 미스꼬시 백화점 위에서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두눈으로 읽어보니 실제로 그랬다. 이상이 설계했다하니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결국 그 군중 속에 들어가는 그의 모습과 부인과의 관계, 서문의 내용을 보면 이 시대의 지식인이 느끼는 감정이 어땠을지 짐작하게 한다. 물론 백프로를 이해할 수는 없다. 이상은 난해함의 왕이니. 산촌여정은 이상이 이런 글도 쓸 줄 아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가 아는 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글은 사람을 나타내준다는데,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 사람의 글을 보느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데 이상이라는 사람은 도저히 모를 사람이다. 모를 사람이라는 게 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모를 사람이다. 산촌여정까지하면 시, 소설, 수필을 모두 본 셈일텐데 장르가 다른 걸 봐도 알 수가 없다. 어렸을 때는 난해함에 대해 막연한 동경때문에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해야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도 이 기회에 산문을 보니까 이 사람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잡히는 것 같았다.